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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배우기

용접사 여러분 한국말 씁시다

by HungryJackie 2020. 1. 7.

토치가 위빙을 할때 봉을 집어넣고 손이 빠진다.

"집어넣고 빠지고, 집어넣고 빠지고"

원장님이 가르쳐 주실 때 항상 뒤에서 이 말씀을 하신다. 나는 혼자 할 때도 가르쳐 주실 때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이 말을 계속 입으로 되뇐다. 분명 누군가는 신경 쓰이겠지만 다행히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5G자세에서 용접봉은 중앙에 위치하는데, 이 용접 필러가 양쪽으로 잘 펴지게 위빙을 하며 경로를 이탈하지 않게 집중하여야 한다. 토치는 오른쪽 왼쪽으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고, 용접봉은 오뚜기처럼 다시 되돌아오는 용저봉에 대응해 일정한 박자를 갖고 움직인다.

텅스텐 전극으로 이 용융풀을 일정한 높이로 펴 바르듯이 박애롭게 오른쪽 왼쪽 균일하게 배분해 주어야 한다. 오늘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전극이 왼쪽으로 제쳐질 때 용접봉을 밀어 넣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였다. 부럽긴 하지만 모양은 둘째치고 양손이 내 말을 듣지 않고 따로 노는 현상을 도저히 답답해서 용납할 수가 없었다. 뭐 결과론적으론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란 힘들지만 그래도 봉집어 넣으면서 위빙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오늘도 또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몇 가지 자주 쓰는 현장 용어를 언급하고자 한다.

'스라', '니꾸' = '용접선','층'

'스라'는 일본말로 이음새 부위를 뜻하는 말로 용접 개선면 홈의 폭 끝자락 선을 스라라고 한다. 그리고 '니꾸'는 다층 용접에서 층층이 쌓을 때 이 층을 살을 채운다는 의미로 니꾸라고 한다. 니꾸는 일어로 '살'이라는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우리나라 말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부분이고 용접사 시험을 칠때 조차 한글 혹은 영어로 된 표현을 사용하지만, 아직 많이들 쓰는 표현이라 한다.

 

나는 참고로 말을 할 때 일본표현을 썪어서 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잘나 보이고 싶어서, 또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게 배워서 어쩔 수 없이 써왔지만, 나는 우리나라 말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것을 광복이 된 지 100년이 된 지금에서도 왜 일본말로 표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분명 누군가는 '피해의식'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문제 이지만 나는 이것이 피해의식이라 한들 이러한 사람들의 부주의한 언어사용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모른채 사용하는 조심스럽지 못한 처사라 생각한다.

나는 호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일본어가 어떤 물건 혹은 현상의 대명사가 되어 사람들이 그것을 알면 마치 유식한 사람이 된 것처럼 뿌듯한 표정을 지을 때 '아 우리나라도 이런 국가 브랜딩 관련 부분에서 많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훗날 먹거리의 주도권을 또 일본 빼앗겨 뒤따라 가는 일이 벌어지겠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여하튼 용접에 한해서 지금 이 부분은 우리 선배 용접사들이 오래전 국내의 일자리가 부족해 해외에서(특히 일본) 많이들 일을 하며 익숙해진 용어를 후배 용접사들에게 전수하며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쓰지 않을 예정. 현장에서는 늘 쓰이는 표현이라 알아두어야 하지만 어차피 용접이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서양 기술이라 한다면 국내에 맞게 순화시켜 사용하던지 아니면 영어표현을 그대로 쓰는것이 이후 경쟁력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